두 재벌, 같은 시대, 다른 유전자 – 스미토모와 미쓰이
에도 시대,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두 거상 집단이 있었다. 미쓰이(三井)와 스미토모(住友). 둘 다 200년 넘게 생존했고, 둘 다 메이지 유신을 통과했으며, 둘 다 21세기에도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그룹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이 두 집단이 걸어온 궤적은 정반대다.
미쓰이의 출발은 포목점이었다. 사고파는 것, 즉 상업과 금융이 본업이었다.
스미토모의 출발은 용광로였다. 만드는 것, 즉 제조와 채굴이 본업이었다.
히로세 대 미노무라 — 위기 관리 방식의 차이

미노무라 리자에몬은 미쓰이에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이었다. 독학으로 환전업에 성공한 입지전적 상인. 그가 보여준 건 정치적 교섭력과 재무 유연성이었다. 막부의 150만 료 강제 대출 요구를 18만 료로 깎아내리는 협상술, 유신 직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신정부에 베팅하는 기민함.
히로세 사이헤이는 9살에 벳시 광산에 들어온 완전한 내부자였다. 그가 내보인 것은 ‘운영 경험 = 국가 자산’이라는 논리였다. 그 논리 하나로 신정부군의 칼날을 밀어냈다.
| 히로세 사이헤이 (스미토모) | 미노무라 리자에몬 (미쓰이) | |
|---|---|---|
| 위기 극복 논리 | 실물 자산의 국가적 불가결성 논증 | 재무 협상과 정치적 베팅 전환 |
| 인재 유형 | 내부에서 뼈를 묻은 현장 전문가 | 외부에서 영입된 금융·외교 전문가 |
| 핵심 윤리 | “투기를 쫓지 말라” — 보수적 장기주의 | 시류를 읽고 권력에 유연하게 편승 |
이에(家) — 같은 개념, 다른 발현
일본 경영학의 핵심 개념 ‘이에(家, Ie)‘는 기업을 하나의 가족 공동체로 보는 시각이다. 미쓰이와 스미토모 모두에게 있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달랐다.
스미토모의 이에는 갱도의 연대에서 나왔다. 수백 미터 지하에서 낙반 사고와 출수의 공포를 함께 버텨낸 광부와 제련공들의 혈맹 같은 결속.
미쓰이의 이에는 시장의 연대에서 나왔다. 에도의 치열한 상거래 속에서 고객의 기호를 함께 읽고, 리스크를 함께 회피하고, 이윤을 함께 나누는 상인 집단의 결속.
현대 스미토모 — 400년 후의 이야기
재벌 해체 이후 각자의 길을 걷게 된 스미토모 계열사들은 오늘날 어디에 있는가.
스미토모 금속광산(住友金属鉱山)은 세계 최대의 니켈 생산업체 중 하나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니켈·코발트를 공급한다. 필리핀, 호주, 남미의 자원 개발까지 — 벳시 동광의 정신이 전 세계 땅속으로 퍼진 모습이다.

스미토모 화학(住友化学)은 전 세계 농약 시장을 주도한다. 말라리아 모기를 막는 살충제 처리 모기장(Olyset Net)은 WHO 권장 제품으로, 아프리카 말라리아 퇴치에 실질적 기여를 하고 있다. 벳시의 아황산가스에서 비료를 만들던 회사가 아프리카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고 있다.

스미토모 전공(住友電工)은 세계 최대급의 광케이블·자동차 배선 하네스 업체다. 전기차 한 대에 들어가는 수십 킬로미터의 배선 시스템 상당수가 스미토모 전공 제품이다.

스미토모 상사(住友商事)는 오늘날 일본 3대 종합상사의 하나다. 전후 “32명의 비전문가”로 출발한 조직이 100조 원 규모의 거래를 하는 회사가 됐다.

스미토모 미쓰이 파이낸셜 그룹(SMFG)은 일본 3대 메가뱅크 중 하나로, 전 세계 40여 개국에 지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 ‘미쓰이’가 붙는 이유는 원래 두 집안이 한 회사였기 때문이 아니라, 2001년 스미토모은행이 미쓰이계 사쿠라은행과 합병해 SMBC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쿠라은행은 옛 미쓰이은행의 계보를 잇고 있었고, 일본 금융 재편의 한복판에서 두 은행이 손을 잡으면서 ‘스미토모 미쓰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이 합병을 바탕으로 2002년에는 지주회사 SMFG가 출범했다.

스미토모 그룹 전체의 매출을 합산하면 수백 조 원 규모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교토의 작은 구리 세공소와 에히메현의 산 하나에서 시작됐다.
스미토모의 공통분모
여섯 번의 위기를 돌아본다.
소가 리에몬이 남만불기를 완성한 것. 도모모치가 기술을 공개하여 경쟁자들을 동맹으로 만든 것. 벳시 동광이라는 한 광산을 283년 동안 판 것. 히로세 사이헤이가 신정부의 칼날 앞에서 논리로 맞선 것. 이바 테이고가 제련소를 무인도로 옮긴 것. 후루타 슌노스케가 해체 명령 앞에서 사람과 사업의 연속성을 지킨 것.
이 모든 결단에 관통하는 단 하나의 단어.
스미토모 마사토모가 400년 전 가훈에 적어둔 그 단어.
정성(入精).
깊이 들어가는 것. 쉬운 돈을 쫓는 게 아니라, 어렵고 느린 길에서 진짜 가치를 만드는 것.
그것이 스미토모가 400년을 살아남은 방식이다.
출처
이미지 출처
Sumitomo Metal Mining, “Domestic Locations” — https://www.smm.co.jp/en/corp_info/location/domestic/
Sumitomo Chemical, image file `p_initiative_01.jpg` — https://www.sumitomo-chem.co.jp/english/sustainability/files/images/p_initiative_01.jpg
Sumitomo Electric, “Sumidenso Automotive Technologies Asia Corporation” — https://sumitomoelectric.com/company/office_group_companies/sumidenso-automotive-technologies-asia-corporation
Sumitomo Corporation, “Business” — https://www.sumitomocorp.com/en/global/business
SMBC, “Global Site” — https://www.smbc.co.jp/global/
본문 출처
Sumitomo Corporation, “100 Years of Sumitomo Corporation History” — https://www.sumitomocorp.com/-/media/Files/hq/about/library/ci01/100years_en.pdf
Britannica Money, “Sumitomo Group” — https://www.britannica.com/money/Sumitomo-Group
Britannica Money, “Minomura Rizaemon” — https://www.britannica.com/money/Minomura-Rizaemon
Sumitomo Metal Mining, “Corporate History” — https://www.smm.co.jp/en/corp_info/story/history/
Sumitomo Mitsui Financial Group, “Sakura Bank Progress Reports on the Plans (December 2000)” — https://www.smfg.co.jp/english/investor/library/rationalization/sakura_2000_12_report.html
Wikipedia, “Sumitomo Group” — https://en.wikipedia.org/wiki/Sumitomo_Grou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