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함 야마토, 제국을 싣고 가라앉다 (5) 야마토를 만든 사람, 타고 죽은 사람, 남긴 사람

우리는 지금까지 야마토의 생애를 따라왔다. 어떻게 태어났는지, 왜 시대를 잘못 만났는지, 어떻게 죽으러 갔는지, 왜 침몰 뒤에 더 큰 이름이 되었는지를 보았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여기서 끝내면, 야마토는 너무 쉽게 다시 하나의 상징이 되고 만다. 거대한 배, 거대한 포, 거대한 폭발. 그것만으로는 이 전함이 왜 그렇게 오래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았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야마토는 철과 화약만으로 만들어진 전함이 아니었다. 그 이름 안에는 시대의 변화를 먼저 읽은 사람도 있었고, 그럼에도 괴물을 설계한 기술자도 있었고, 명령의 무의미함을 알면서도 끝내 받아들인 장교도 있었다. 그리고 그 침몰에서 살아남아, 패전 일본이 두고두고 다시 읽게 될 문장을 남긴 사람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것은 배의 제원이 아니라, 그 배에 얼굴을 준 사람들이다.

이 글에는 실제 사진이 확인된 인물만 실었다. 마쓰모토 기타로는 현재 확인 가능한 초상을 확보하지 못해, 초상 대신 야마토 뮤지엄 사진으로 대신했다.

시대가 바뀌는 줄 알았던 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야마토의 설계자가 아니었고, 텐고 작전의 현장 지휘관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 시리즈의 마지막에 그를 먼저 놓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야마토라는 배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시대가 전함에게 얼마나 위태로운지 가장 선명하게 이해한 얼굴이기 때문이다. 그는 전형적인 거함거포주의 장성이 아니었다. 1920년대와 1930년대에 해군 항공 부문을 오래 경험하며, 전함보다 먼저, 더 멀리, 더 결정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것은 항공모함과 함재기라는 사실을 비교적 일찍 받아들였다.

야마모토 이소로쿠
연합함대 사령장관 야마모토 이소로쿠. 야마토의 시대가 시작되기도 전에, 그는 이미 전함 중심 해전이 아니라 항공전이 앞으로의 전쟁을 바꿀 것이라는 사실을 읽고 있었다. © Wikimedia Commons

바로 그 점에서 야마모토는 야마토의 모순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항공전의 시대를 읽었고, 실제로 진주만 공습의 총지휘자가 됐으며, 미드웨이까지 항공모함 중심 작전을 밀어붙였다. 그런데 일본 해군이라는 조직은 그런 변화의 감각을 제도와 교리로 바꾸지 못했다. 항공모함을 쓰면서도, 동시에 거함거포의 상징을 버리지 못했다. 야마토는 일본 해군이 시대 변화를 몰라서 만든 배가 아니라, 알면서도 버리지 못해 만든 배였다. 그래서 야마모토의 존재는 늘 이 시리즈 전체를 괴롭히는 질문으로 남는다. 읽은 사람은 있었는데, 왜 조직은 끝내 그 읽음을 따라가지 못했는가.


괴물을 그린 기술자, 마쓰모토 기타로

마쓰모토 기타로는 이 시리즈에서 가장 눈에 덜 띄는 인물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야마토를 가장 가까이서, 가장 오래 붙들고 있었던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 전후에 남긴 회고와 야마토 뮤지엄 자료에 따르면, 그는 신형 전함 연구가 시작되던 초기부터 기본계획 전반에 참여했고, 18인치 포를 단 거대 전함 구상을 현실의 설계안으로 바꾸는 과정에 깊게 관여했다. 우리가 1편에서 보았던 23개의 설계안과 50개의 선형 모델,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커진 몸집, 철저한 은폐 아래 건조된 초거대 선체는 모두 이런 기술자들의 손을 거쳐 나왔다.

야마토 뮤지엄의 1/10 모형
히로시마현 구레의 야마토 뮤지엄에 전시된 1/10 야마토 모형. 축소된 모형이지만, 마쓰모토 기타로 같은 기술자들이 붙들었던 설계의 결론이 결국 어떤 선체의 형태로 구현되었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 Wikimedia Commons

이 인물을 볼 때 제일 흥미로운 건, 그가 악당처럼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군국주의 선동가라기보다 오히려 전형적인 기술자에 가까웠다.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강한 구조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계산하고 실험하고 수정하는 사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복잡하다. 역사 속의 비극은 늘 광신자 몇 명의 광기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상당수는 자기 앞의 기술적 과제를 아주 성실하게 해결하는 사람들의 손을 통해 현실이 된다. 마쓰모토 기타로는 그 사실을 보여준다. 제국의 강박은 구호만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도면과 강철, 계산과 실험을 통해 실제 모양을 얻었다.

초상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묘하게 상징적이다. 야마토를 만든 사람들 가운데 정작 그 설계의 현장에 있던 기술자는 대중 기억 속에서 가장 흐릿하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이 인물에게 어울리는 자리인지도 모른다. 야마토는 늘 함장과 제독, 최후의 순간과 폭발로 기억되지만, 그 거대한 비극의 출발점은 사실 이런 조용한 기술자들의 방 안에 있었다.


마지막 명령을 떠안은 사령관, 이토 세이이치

이토 세이이치는 야마토 최후의 가장 비극적인 얼굴 가운데 하나다. 그는 제2함대 사령관으로서 텐고 작전의 현장 지휘를 맡았고, 누구보다 먼저 이 작전이 헛된 죽음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3편에서 보았듯이, 야하기 함상 브리핑에서 현장 지휘관들이 반발했던 것도 단순히 죽음이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그 죽음이 너무 노골적으로 무의미했기 때문이다. 이토 역시 처음에는 이 출격을 인명과 함선, 연료를 한꺼번에 태워버리는 낭비로 여겼다.

이토 세이이치
제2함대 사령관 이토 세이이치. 텐고 작전의 무의미함을 누구보다 잘 알았지만, 결국 그 명령을 자신의 이름으로 떠안아야 했던 인물이다. © Wikimedia Commons

그런데 바로 그 사람이 결국 출격을 이끈다. 이토를 단순한 광신자로 읽으면, 야마토의 마지막은 너무 쉽게 설명돼버린다. 오히려 그는 무의미함을 알고도 복종한 군인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그의 얼굴은 더 서늘하다. 제국 말기의 일본군이 얼마나 깊이 자기 파괴적인 논리에 잠겨 있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개인의 이성은 남아 있었지만, 그 이성이 조직의 결정을 멈추지는 못했다. 이토의 최후는 그래서 충성의 미담이 아니라,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한 복종의 비극에 가깝다.


배와 함께 가라앉은 함장, 아루가 고사쿠

아루가 고사쿠는 야마토의 마지막 함장이었다. 그의 이름은 언제나 “배와 함께 가라앉은 사람”이라는 문장으로 따라붙는다. 실제로 그는 야마토가 더 이상 복원할 수 없는 각도로 기울었을 때도 끝내 배를 떠나지 않았다. 4편에서 보았듯이, 야마토의 최후는 바다 위에서 보면 하나의 거대한 상징이 무너지는 장면이었지만, 배 안쪽으로 들어가면 혼란과 공포, 오작동이 뒤엉킨 재난이었다. 바로 그 와중에도 아루가는 함장으로서 자기 자리에 남았다.

아루가 고사쿠
야마토의 마지막 함장 아루가 고사쿠. 그는 전복 직전까지 함을 떠나지 않았고, 그 최후는 야마토 서사의 가장 강한 상징 가운데 하나가 됐다. © Wikimedia Commons

아루가의 최후는 너무 상징적이어서 오히려 쉽게 미화되기 쉽다. 질서정연한 함장, 최후까지 자리를 지킨 지휘관, 명예로운 죽음. 이런 문장만 남기면 그 배 안에서 실제로 벌어진 집단 익사와 어린 수병들의 공포, 통신이 끊긴 보일러실의 혼란은 뒤로 밀려난다. 그래서 아루가의 죽음은 영웅담으로만 읽으면 안 된다. 배와 함께 가라앉은 것은 함장 한 사람만이 아니라, 일본 해군이 끝끝내 놓지 못한 어떤 품위의 환상이기도 했다.


침몰을 언어로 남긴 사람, 요시다 미쓰루

요시다 미쓰루는 다른 네 사람과 조금 다른 위치에 있다. 그는 야마토의 결정을 내린 인물도 아니었고, 함 전체를 책임진 지휘관도 아니었다. 그는 젊은 해군예비학생 출신 장교였고, 그 거대한 비극에서 살아남은 사람이었다. 바로 그 살아남음 때문에, 전후 일본이 야마토를 기억하는 방식은 결정적으로 그의 문장에 빚지게 된다. 『전함 야마토의 최후』는 침몰의 군사적 경과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일본 사회에 각인시켰다.

젊은 시절의 요시다 미쓰루
해군예비학생 시절의 요시다 미쓰루. 그는 야마토의 침몰에서 살아남았고, 훗날 그 비극을 일본 사회가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문장을 남겼다. © Chuokoron.jp

야마토가 전함으로서는 실패했는데 기록으로서는 강해졌다. 그 실패를 언어로 묶어낸 사람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이가 요시다였다. 4편에서 우리가 다룬 “천황이 아니라 어머니”의 장면도, 침몰 순간의 혼란도, 출격 전야의 술자리도, 오늘날의 독자들이 떠올리는 야마토의 얼굴 상당수는 이런 생존자 기록을 통해 굳어졌다. 다시 말해 철의 배가 가라앉은 뒤에도, 언어의 배가 다시 떠올랐다. 요시다 미쓰루는 그 재구성의 첫 번째 조선공이었다.


결국 야마토는 사람의 얼굴로 남는다

이 다섯 사람을 나란히 놓고 보면, 야마토는 더 이상 한 척의 배로 보이지 않는다. 야마모토 이소로쿠에게서는 시대를 읽고도 조직을 바꾸지 못한 해군의 갈등이 보이고, 마쓰모토 기타로에게서는 제국의 강박을 실제 형상으로 만든 기술의 손이 보인다. 이토 세이이치에게서는 무의미함을 알면서도 복종한 군인의 비극이, 아루가 고사쿠에게서는 끝까지 배와 운명을 같이한 지휘관의 상징이, 요시다 미쓰루에게서는 침몰을 기억으로 바꾸는 문장의 힘이 보인다.

그러니까 야마토는 거대한 철의 덩어리이기 전에, 서로 다른 인간들이 자기 시대를 받아들이고 부정하고 견디고 기록한 방식의 집합이었다. 누군가는 시대가 바뀌는 줄 알았고, 누군가는 그 시대를 거슬러 더 큰 배를 설계했고, 누군가는 그 명령의 무의미함을 알면서도 받아들였고, 누군가는 함께 가라앉았고, 누군가는 살아남아 그것을 말로 남겼다. 야마토라는 이름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는 아마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군함의 강철보다, 결국 그 강철 위에 남은 얼굴을 더 오래 기억한다.

출처

이미지 출처

`images/wiki-commons_yamato-museum_model.jpg`: [Wikimedia Commons – File:YAMATO Moder.JPG](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YAMATO_Moder.JPG)

`인물-참고자료/wiki-commons_yamamoto-isoroku_portrait.jpg`: [Wikimedia Commons – Portrait of Yamamoto Isoroku](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Portrait_of_Yamamoto_Isoroku.jpg)

`인물-참고자료/wiki-commons_ito-seiichi_vice-admiral.png`: [Wikimedia Commons – Vice Admiral Seiichi Ito](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Vice_Admiral_Seiichi_Ito.png)

`인물-참고자료/wiki-commons_aruga-kosaku.jpg`: [Wikimedia Commons – Kōsaku Aruga](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K%C5%8Dsaku_Aruga.jpg)

`인물-참고자료/chuokoron_yoshida-mitsuru_naval-student-portrait.jpg`: [Chuokoron.jp – 요시다 미쓰루 관련 기사](https://chuokoron.jp/series/127924.html)

본문 출처

[Encyclopaedia Britannica – Isoroku Yamamoto](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Yamamoto-Isoroku)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항공전 인식과 경력 확인

[대와 뮤지엄 – 마쓰모토 기타로 자료 공개](https://yamato-museum.com/info/%E6%9D%BE%E6%9C%AC%E5%96%9C%E5%A4%AA%E9%83%8E%E8%B3%87%E6%96%99%E3%81%AE%E5%85%AC%E9%96%8B%E3%81%AB%E3%81%A4%E3%81%84%E3%81%A6/)

마쓰모토 기타로가 전함 야마토 기본계획 전반에 종사했다는 점과 자료 275점 확인

[U.S. Naval Institute / Naval History and Heritage Command – H-Gram 044: “Operation Heaven Number One” (Ten-ichi-go): The Death of Yamato, 7 April 1945](https://www.history.navy.mil/content/dam/nhhc/about-us/leadership/hgram_pdfs/H-Gram_044.pdf)

이토 세이이치, 아루가 고사쿠의 최후 및 텐고 작전 관련 사실관계 확인

[PBS NOVA – Sinking the Supership transcript](https://www.pbs.org/wgbh/nova/transcripts/3212_supershi.html)

생존자 회고와 야마토 최후의 분위기, 요시다 미쓰루 서술 맥락 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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