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함 야마토, 제국을 싣고 가라앉다 (1) 괴물은 어떻게 태어났나

1937년 11월, 구레 해군공창의 한 도크에서는 이상한 광경이 벌어졌다. 배를 만든다는 것은 보통 점점 더 드러나는 일인데, 이 배는 반대로 점점 더 철저히 가려졌다. 후일 설계에 참여했던 마쓰모토 기타로의 회고에 따르면, 구레의 건조 도크는 이 거대한 선체를 띄우기 위해 약 1미터 더 깊어졌고, 도크 끝 부분의 약 4분의 1은 인근 높은 곳에서 보이지 않게 지붕으로 … 더 읽기

에도의 상인들, 일본을 만들다 (9) 장인과 상인

두 재벌, 같은 시대, 다른 유전자 – 스미토모와 미쓰이 에도 시대,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두 거상 집단이 있었다. 미쓰이(三井)와 스미토모(住友). 둘 다 200년 넘게 생존했고, 둘 다 메이지 유신을 통과했으며, 둘 다 21세기에도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그룹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이 두 집단이 걸어온 궤적은 정반대다. 미쓰이의 출발은 포목점이었다. 사고파는 것, 즉 상업과 금융이 본업이었다. … 더 읽기

에도의 상인들, 일본을 만들다 (8) – 연기, 결단, 해체

근대화의 그림자 벳시 동광의 근대화는 성공했다. 생산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생산이 늘어날수록, 굴뚝에서 나오는 것도 늘어났다. 아황산가스(SO₂). 구리를 제련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 기체는, 대기 중의 수분과 결합하면 황산이 된다. 벳시 인근의 산과 논밭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농작물이 말랐다. 산림이 민둥산으로 변했다. (벳시 아황산가스 피해 사진은 스미토모 아카이브에 있는데 배포가 불가능한 저작권이 걸려있다.) 생성형 이미지(Google Gemini). … 더 읽기

에도의 상인들, 일본을 만들다 (7) – 논리가 칼을 이긴 날

177년의 평온 1691년 벳시 동광을 열고 난 뒤, 스미토모는 묵묵히 산을 팠다. 에도와 오사카의 상인들이 쌀 투기와 환율 변동에 베팅하며 벼락부자가 되고 또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동안에도, 스미토모는 요동치지 않았다. 깊은 산속에서 1만 명의 광산 공동체를 먹여 살리며, 쏟아지는 지하수와 싸우고 구리를 캐낼 뿐이었다. 그렇게 요령 피우지 않고 우직하게 광산을 지켜온 시간. 하지만 막부 말기라는 시대의 … 더 읽기

에도의 상인들, 일본을 만들다 (6) — 산을 삼킨 장사꾼

비밀을 공개하다 은이 섞인 구리에서 순수한 은만 뽑아내는 기술, ‘남만불기(南蛮吹き)’. 이 독점 기술을 완성한 스미토모 가문 앞에는 거대한 부가 약속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기로에 섰다. 이 기술을 비밀로 지켜 독점할 것인가, 아니면 공개할 것인가. 상식적으로는 당연히 비밀이다. 막대한 부의 원천이니까. 그런데 리에몬의 아들이자 스미토모 가문으로 입적한 도모모치(友以, 1607~1662)는 놀랍게도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다른 구리 제련업자들에게 … 더 읽기

에도의 상인들, 일본을 만들다 (5) — 은 냄새를 맡은 남자

구리 안의 은 16세기 말, 교토의 한 작은 구리 세공소에서 한 남자가 용광로 앞에 쭈그려 앉아 있다. 나이는 스물을 갓 넘었고, 손은 이미 불 앞에서 단련된 장인의 손이다. 그의 이름은 소가 리에몬(曾我理右衛門, 1572~1636). 그는 지금 외국 상인들이 왜 일본의 구리를 저렇게 탐내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고민하는 리에몬 소가 리에몬은 초상화 같은 것이 없다. 당시에는 … 더 읽기

에도의 상인들, 일본을 만들다 (4) — 역사상 가장 빠른 베팅

미노무라 입사 장면

미쓰이, 파산 직전까지 몰리다 환전상으로 승승장구하던 미노무라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온 것은 1866년이었다.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위기에서 비롯됐다. 당시 막부의 재정은 파탄 직전이었다. 흑선이 온 지 13년, 개항 이후 서양 물자를 사들이느라 막부의 금고는 비어갔다. 급해진 막부는 미쓰이에게 거액을 요구했다. 150만 료. 쉽게 말해, 그냥 내놓으라는 거였다. 미쓰이 가문에 비상이 걸렸다. 그때 누군가 한 이름을 떠올렸다. 막부 … 더 읽기